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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15일

호주에 몇 년을 살아도 영어가 안 느는 진짜 이유

스무 살에 초등학생 영어로 호주에 왔습니다. 공항에서 직원이 뭐라고 묻는데, 단어는 다 아는데 입이 안 떨어졌어요. 그때 결심했죠. 1년이면 되겠지.

14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에 파인다이닝을 운영했고, NAB에서 비즈니스 뱅커로 일했고, 강단에도 섰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처음 3년은 거의 제자리였어요. 호주에 살면 영어가 저절로 는다는 말, 저는 그 말을 믿고 3년을 버렸습니다.

오늘은 왜 그렇게 되는지, 그리고 어디서부터 다시 늘기 시작하는지 적어보려고 합니다.

노출은 실력이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착각하는 게 있어요. 영어에 많이 노출되면 는다는 생각이죠. 그래서 넷플릭스를 틀어놓고, 라디오를 켜놓고, 영어 환경에 있으니 늘겠지 합니다.

그런데 듣기만 하는 노출은 실력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운동을 영상으로 보기만 하면 몸이 안 바뀌는 것과 똑같아요. 입을 열고, 틀리고, 고치는 과정이 없으면 뇌는 영어를 '내 것'으로 저장하지 않습니다.

호주에 5년, 10년 산 분들이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그 시간에 무엇을 했느냐가 문제예요.

익숙한 문장만 반복하고 있지는 않나요

정체의 두 번째 이유는 더 미묘합니다. 어느 정도 살다 보면 일상은 다 돌아갑니다. 커피 주문하고, 동료랑 날씨 얘기하고, 장 보고. 문제는 그 수준에서 멈춘다는 거예요.

매일 쓰는 문장이 50개 정도라고 해봅시다. 그 50개는 완벽해집니다. 그런데 그 위로는 안 올라가요. 회의에서 의견을 길게 말해야 할 때, 깊은 대화로 들어갈 때, 그때 갑자기 작아집니다. 익숙한 안전지대 안에서만 돌고 있었던 거죠.

저는 이걸 'B1에서 B2로 못 넘어가는 벽'이라고 부릅니다. 제가 1:1로 코칭한 200명 넘는 분들 중 대다수가 정확히 이 지점에서 막혀 있었어요.

그래서 진단이 먼저입니다

병원에 가면 의사가 모두에게 같은 약을 주지 않죠. 먼저 어디가 아픈지 봅니다. 영어도 똑같아야 합니다.

어떤 분은 발음 때문에 자신감이 무너져 있고, 어떤 분은 문장 구조가 약하고, 어떤 분은 실력은 있는데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습니다. 원인이 다른데 같은 공부법을 쓰니 안 늘죠.

그래서 저는 무엇을 가르치기 전에 먼저 측정합니다. CEFR 기준으로 스피킹 네 영역을 보고, 왜 막혔는지 원인을 찾아요. 그다음에야 그 사람에게 맞는 길이 보입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될까요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걸 하나 드릴게요. 오늘 하루, 평소에 안 쓰던 문장 세 개를 일부러 만들어 쓰세요. 회의에서 먼저 한마디 보태거나, 동료에게 평소보다 한 단계 깊은 질문을 던지거나. 작아도 안전지대 밖으로 한 발 나가는 겁니다.

이게 쌓이면 달라집니다. 제가 그렇게 바뀌었고, 제가 가르친 분들이 그렇게 바뀌는 걸 매달 측정해서 봤으니까요.

영어가 몇 년째 같은 자리라면, 그건 당신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방법이 없었던 것뿐이에요. 어디서 막혔는지부터 같이 찾아봅시다.

당신의 영어, 어디서 막혔는지 90분이면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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